“그, 그걸……. 어떻게…….”
‘뭔가 실수했나? 내가?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실수한 거지? 실수해선 안 돼.’
쿵. 쿵. 쿵.
홀덤족보 마녀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었다.
“도저히 너 혼자서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 지하에 파묻힌 그 많은 마병기.”
붉은 마녀의 눈이 떨렸다.
“날 무시하는군. 그 정도는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때. 애초에 달락타움을 수입해 온 건 네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 텐데. 이건 왕국의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지.”
그녀의 팔은 수갑이 절그럭 소리를 낼 만큼 떨리고 있었다.
“네가 정신 마법으로 아볼드윈 왕가를 쥐고 있었다는 건 아니겠지?”
그의 나이를 짐작해 볼 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제기라아아알!!! 어떡해야 하지? 어떡하면…….’
경지에 달하면 육체가 늙지 않는다는 방향도 있었지만, 아론에게는 그녀의 속내가 훤히 다 들리니 이것도 불가능.
“말해. 들어보고서 정상참작해 줄 수도 있으니까.”
아론은 붉은 마녀가 솔직히 말해주기를 바랐다.
눈앞의 소녀는 너무나 어렸다.
그의 마음이 끔찍하게 뒤틀려 있을지라도, 그 마음을 부추긴 존재가 있다면.
어떻게든 그녀를 빛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네 뒤에 있는 건 아볼드윈인가? 아니면 아킬리즈?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가?”
게다가 자신의 왕국에서 벌어진 이 일에 대한 진상이 필요했다.
차라리 델라쿠르트의 일은 아론과 상관없는 곳이었기에 훨씬 수월했을지 몰랐다.
아론은 자신이 무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인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