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령도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타부타 여러 말을 묻지 않았다.
“초이량과 소묘희를 부탁하마.”
영호선은 청당과 독상군을 각각 좌우 옆구리에 끼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흘깃 뒤돌아보니 유은령이 전혀 힘든 기색 없이 두 사람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전음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네.
―전각을 나서면 좌측 방향으로 가도록 하자. 바짝 붙도록 해. 알겠지?
바람의 방향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불고 있었다.
―염려 마세요.
잠마원 내에서 서열 일위를 다투는 유은령이다. 영호선은 그나마 독상군이 피독주를 걸고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그 생각의 고리를 타고 잠마가 툴툴거렸다.
‘영약을 밥처럼 먹은 약왕문의 대공자 꼬라지 보라지.’
항마가 곧바로 ‘피를 너무 많이 빨려서일지도요……’라고 중얼거렸다.
영호선은 고개를 가로젓고 전음을 날렸다.
―준비됐지?
유은령이 머리를 끄덕였다.
진지한 눈빛이었다. 잠마원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정상인의 것이었다.
‘눈빛이 아주 비장한데? 뭔가 기묘한 매력이 풍기는걸.’
e스포츠사이트 말에 영호선이 입술을 깨물며 노려봤다.
순간 유은령이 영호선의 시선에 깜짝 놀라 옆을 바라봤다.
―언니, 누가 있어요?
―아, 아니…… 생각 좀 하느라고.
―휴, 놀랐잖아요. 꼭 누가 있는 것처럼 노려보셔서…….
―미안, 미안. 내 나쁜 버릇 중 하나야. 가자.
―네.
문을 열고 바깥을 잠시 살폈다.
아직 공기는 평소와 달리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별다른 기척도 없었다. 영호선은 바로 좌측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스스슥 하는 소리로 유은령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이십여 장을 나아가 곧바로 담을 뛰어넘었다.